
박종철 열사 40주기…서울대 학생회장이 기념사업회 당연직 이사 맡는다
서울대 총학생회, 총학생회칙 개정안 만장일치 통과
박종철 열사 40주기를 앞두고,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박종철기념사업회의 당연직 이사를 맡도록 하는 내용의 서울대 총학생회칙 개정안이 통과됐다. 경찰 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고 총학생회가 그 뜻을 계승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회칙에 명확히 한다는 의미다.
서울대 총학생회 관계자는 4일 한겨레에 “총학생회장이 박종철기념사업회의 당연직 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경우 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운영위원회의 인준을 거쳐 회원 중 1인을 박종철기념사업회의 이사로 추천할 수 있다는 규정을 추가한 총학생회칙 개정안을 3일 저녁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11월 총학생회장 선거가 입후보자 부재로 무산돼, 현재는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가 총학생회를 대신하고 있다.
회칙개정안을 제안한 박준섭 전 총학생회장 직무대행(물리천문학부 4학년)은 제안 이유에서 “현행 총학생회칙에는 총학생회장의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 참여에 관한 사항이 규정돼 있지 않아, 총학생회장단의 유무나 개별적 관심과 의사에 따라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서울대학교 학생사회 간의 관계가 단절되거나 간헐적으로 유지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총학생회장 또는 총학생회 운영위원회(또는 단과대학생회장 연석회의 운영위)의 인준을 거친 회원 1인을 박종철기념사업회 당연직 이사로 선임해 총학생회장단의 교체 등과 관계없이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사단법인 박종철기념사업회는 1988년 출범한 뒤 인권상·장학사업·국제연대 등 박종철 열사를 기리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활동을 해왔다. 사업회 이사회는 4년 전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당연직 이사로 선임하기로 결의해 이때부터 서울대 총학생회를 대표하는 학생이 이사를 맡아왔다. 현재는 송유민 인문대학생회장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다만 학생회칙을 통한 명문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 회칙개정안이 발의돼 통과된 것이다.
박종철기념사업회 이사인 이현주 박종철센터장은 4일 한겨레에 “서울대 학생들이 선배인 박종철 열사의 정신을 기억하고 이어나가는 사업을 만장일치로 의결해줘서 고맙다. 특히 박종철 40주기를 앞둔 시점이라 더 큰 의미와 감동을 느낀다”며 “박종철기념사업회와 지속적으로 함께 하고자 마음을 모아준 박종철 열사의 후배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어학과 3학년이었던 박종철 열사는 1987년 1월14일 경찰에 연행돼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수배된 선배 박종운의 소재를 추궁당하며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하다 사망했다. 이 사건은 공안당국의 조직적인 은폐 시도에도 진상이 폭로돼 같은 해 6월항쟁의 기폭제가 됐다. 박종철 열사를 비롯해 수많은 학생과 노동자, 재야인사 등이 고문을 받은 남영동 대공분실은 현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운영하는 민주화운동기념관 구관(M2)으로 조성돼 독재정권의 어두운 역사를 전하는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경태 기자